약 1달 전이었다. 사직서를 제출한 그 날.

     

    많은 이들이 가고 싶어 하고 부모님이 자랑할만한 대기업 R&D 직군이었다.

    부서나 업무에 불만족이 있던 것도 아니었다. 인사 고과도 잘 받았고 항상 칼퇴를 했으며 동료들과의 관계도 그 정도면 만족했다.

    나름 안정된 직장에서 버티며 결혼도 하고 평화롭게 살 수 있었는데 서과장은 왜 패기롭게 사직서를 제출했을까.

     

    이유는 하나였다.

    내가 경험해보지 못한 곳에서의 경험을 통해 나를 더 발전시키고 싶었다.

    나는 오직 한국에서 교육을 받은 가방끈이 긴 연구원이다.

    오랜 학위 기간 동안 해외 우수 연구진들의 논문들을 바탕으로 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연구를 진행했다.

    그들의 연구 발자취를 좇아가는 입장에서 항상 궁금했다.

     

    '이렇게 연구 주제를 leading 하는 곳에서는 도대체 어떻게 연구를 할까?'


    학위가 끝나기도 전에 취업은 결정되었다.

    그 당시에는 여러 가지 사정상 해외 연구소에 문을 두드릴 수 없었다.

    2020년이 되면서 어느 정도 정리가 되었고, 이 시기를 그냥 흘려보낸다면 훗날 후회할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꼭 해외를 가야 하는지 확신은 없었기에 나의 학위 기간 동안 가장 많이 참고를 했던 몇 군데 해외 연구진에 지원을 했다.

    운이 좋게도 선망해왔던 곳에서 좋은 기회를 주었고 인터뷰를 다녀올 수 있었다.

    그곳의 연구 인프라를 확인하고 나니 선택에 대한 고민은 확신으로 변했다.

     

    '경험은 돈을 주고 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지금이 아니면 나는 안 된다.'


    오퍼를 받은 후에도 선택이 쉽지는 않았다. 특히 30대라는 나이었기 때문에.

    사회에 진출한 나이는 늦었는데 결혼도 하고 싶고 얼른 집도 사고 싶었다.

    하지만 모든 것을 만족시킬 수 있는 선택이란 없다.

    나의 소중한 사람들과 많은 대화를 통해 내린 결론은 내가 가장 원하는 것을 선택하고 나머지를 맞추어 가야 한다는 것이었다.

    고맙게도 그들은 아직은 그래도 괜찮은 나이라고 했다.

     

    1달 사이 많은 것이 바뀌었다.

    2월만 해도 해외에 나가는 것이 문제였는데 3월이 되니 해외에서 난리가 났다.

    코로나가 전 세계적으로 퍼지면서 비행기가 줄줄이 취소되고 국경을 닫기 시작했다.

     

    사표는 던진 상황에서 출국은 미루어졌다.

    이러한 전무후무한 상황을 예상이나 했을까. (사실 예상은 했다. 1달 정도로...)

    회사의 발전을 위해 충실하게 계속 다닐 것이 아니라면 사표를 회수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고 나도 내 결정을 철회하고 싶지 않았다. 

    도비는 자유에요! (...정말?)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로  우울감이나 무기력증 등 정서적 불안을 호소하는 사람이 많아졌으며, 이를 일컫는 말로 '코로나블루 (Corona Blue)'라는 신조어가 생겼다. 

    나도 코로나로 인해 계획했던 퇴사 이후 예정된 해외 출국이 취소되면서 내 인생의 궤도가 조금 꼬일 뻔했지만 나름 잘 풀어가고 있다.

    어쨌든 지금은 상황이 모두 정리가 되었으며 일단은 9월 정도로 출국을 예상하고 있다.

    다행히 당분간의 나의 거취도 정해졌고 의외로(?!) 위기 속의 기회를 찾은 듯하다.

     

    무엇보다 나에게 시간이 생겼다.

    관심은 있었지만 항상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미뤄왔던 것들을 할 수 있는 시간.

    퇴사를 하고 싶었던 큰 이유 중 하나였다. 나의 시간을 나의 발전을 위해 온전히 쓰고 싶었다.

    퇴근하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었지만 의외로 회사를 다니는 일은 많은 에너지가 필요했다.

    대표적으로 예를 들자면 재테크 공부영어 공부가 있다.

     

    시간이 생기니 내가 무엇에 관심이 많은지, 내 발전을 위해서는 어떻게 사는 게 좋을지를 생각할 수 있었다.

    약 1 달이라는 시간 동안 나름대로 내 생각을 실천한 것도 많이 있다.

    하지만 나의 생각과 실천들을 글로 기록한다면 더 열심히 살 수 있을 것 같다.

     

    또한 나의 30년이 넘는 인생 동안 살아온 노하우를 토대로 정보들을 공유한다면 더 의미 있게 사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선한 영향력을 남기는 사람이 되고 싶다.

    나는 나름 괜찮게 살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나의 삶의 흔적이 당신에게 도움이 된다면 이보다 좋은 일이 어디 있겠는가.

     

    코로나블루 극복하기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블로그를 열심히 관리하고자 하며, 오늘의 다짐을 패기롭게 글로 남겨본다.

    글을 쓰는 일은 물론 귀찮겠지만 이렇게 코로나 덕분에 시간이 생긴 기회를 틈타 성실하게 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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